2026년 원화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혁신의 기로

소문 그리고 기대 위에 있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왜 늦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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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권 교체를 전후하여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원화 스테이블코인. 어느새 소식이 뜸한 듯 하다. 현재 어느 지점에 있는지, 해결되지 못한 병목이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1. 법안 도입 현황

대한민국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현재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라는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 2024년 7월 시행된 1단계 법안이 이용자 보호에 치중했다면, 현재 논의 중인 2단계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자격과 준비금 적립 의무를 구체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당초 2026년 초 입법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발행 주체를 둘러싼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논의가 다소 지연되는 양상이다. 특히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51% 룰(은행이 발행 컨소시엄 지분의 과반을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은 민간 혁신을 저해한다는 업계의 반발과 부딪히며 근시일 내에 법안의 최종 윤곽이 드러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입법 추진 타임라인 (2024-2026)

  •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 시행
    • 해킹, 파산 등으로부터 이용자 자산을 보호하는 기초적인 규제 체계 가동
  • 2025년 하반기: 규제 가이드라인 윤곽 및 테스트
    •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은행 vs 비은행)와 준비자산 요건에 대한 논의 심화
    •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기관용 CBDC와 연계된 '예금 토큰' 실거래 테스트 진행
  • 2026년 1분기: 2단계 입법안 논의 및 지연 (현재 시점)
    • 당초 2026년 초 입법 완료를 목표로 했으나, 핵심 쟁점(발행 주체, 과세 등)에 대한 이견으로 무기한 연기되거나 국회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
    • 가상자산위원회 개최: 2026년 정부 차원의 공식 위원회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방향 조율 중

현재 핵심 쟁점

국내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늦어지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사항에 대한 합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분주요 쟁점 내용
발행 주체51% 룰 논란: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성을 위해 은행이 컨소시엄 지분의 과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간(핀테크/거래소)은 자율성을 요구하고 있다.
준비자산발행액의 100%를 안전자산(현금, 국채)으로 보유해야 하며, 발행인의 고유 자산과 엄격히 분리 보관하는 의무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성격 규정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 볼 것인지, 예금과 유사한 금융 상품으로 보아 강력한 금융 규제를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확정되지 않았다.

2. 가상자산의 3대 법적 분류 체계

2026년 법적 확정이 예상되는 가상자산 분류 체계는 자산의 실질적 기능에 따라 규제 경로를 명확히 구분한다.

  • 지급결제형 (스테이블코인): 가치 변동을 최소화하여 결제 및 송금에 특화된 자산이다. 가상자산 2단계법의 적용을 받으며, 발행인의 상환 의무와 준비금 분리 보관이 핵심 규제 사항이다.
  • 증권형 (STO):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 자산의 수익권을 토큰화한 것이다.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의 통제를 받으며, 기존 금융상품 수준의 엄격한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
  • 유틸리티형: 특정 플랫폼 서비스 이용권 역할을 하며, 이더리움이나 게임 코인 등이 해당한다. 가상자산법을 통해 시장 교란 행위를 감시받는다.

기존에는 모든 코인을 하나로 묶어 규제하려다 보니, '증권' 성격이 강한 토큰에 엄격한 잣대를 대기 어렵거나, '결제'용 코인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힘들었다. 이 분류 체계가 법적으로 확정되면, 투자자는 내가 사는 자산이 '안전한 결제 수단'인지 '수익을 기대하는 증권'인지 명확히 알고 투자할 수 있게 되며, 기업은 각 자산의 성격에 맞는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합법적인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게 된다.


3. 민간 진영에서의 움직임

전략적 움직임

입법 지연에도 불구하고 민간 대형 플랫폼들은 실질적인 결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51% 룰 vs 민간 자율성

  • 당국 및 은행권 입장: 금융 시스템의 신뢰성을 위해 기존 제도권 금융사인 은행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 한국은행은 이를 통해 통화 정책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 민간(핀테크, 거래소)의 대응: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등의 반발이 따른다. 이들은 이미 막대한 결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지분 구조가 아닌 기술적 역량과 준비금 관리 능력으로 자격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규제 확정 전까지 이들은 전통 금융사(증권사, 은행)와 지분 투자나 기술 협력을 맺는 등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지분 투자 검토 등)

2026년 하반기 국회에서 발행 자격 요건을 어떻게 정립하느냐에 따라 국내 결제 시장의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만약 51% 룰이 완화된다면 민간 핀테크 중심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유지된다면 은행 중심의 디지털 금융 체계가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업에서는 법 통과 전이라도 '샌드박스'를 통한 제한적 발행 허용을 강력히 건의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점이 향후 타임라인의 변수가 될 것 같다.


4. 정부 주도 인프라: 프로젝트 한강

한국은행은 민간의 독주를 견제하고 금융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기관용 CBDC예금 토큰 테스트를 지속하고 있다. 2025년 실거래 파일럿을 통해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했으며, 현재는 디지털 바우처나 대학 내 결제 등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 사용 사례를 확장하는 중이다.

엄밀히 말해 프로젝트 한강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를 기반으로 하며,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과는 발행 주체와 신용의 근거가 다르다.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 담론에서 이를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는 프로젝트 한강이 선보인 '예금 토큰(Deposit Token)' 때문이다. 예금 토큰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실질적인 사용 경험은 스테이블코인과 매우 유사하다. 정부는 이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수 있는 금융 불안정성을 제어하면서도 디지털 화폐의 효율성을 실무에 적용하는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5. 전망 및 시사점

발행 주체 결정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다. 만약 정부의 계획대로 은행 51% 룰이 확정된다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기존 금융권 중심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반대로 핀테크 업계의 요구대로 발행 요건이 완화된다면, IT 기업 주도의 폭발적인 결제 혁신으로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RWA과의 결합 또한 기대가 된다. 단순 결제를 넘어 부동산, 채권 등 실물 자산(RWA)을 토큰화하여 거래할 때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다.

2026년이 제도적 안착과 민간의 기술적 혁신의 균형을 이루는 시점이 된다면, 한국 스테이블코인이 일상 속 실제 화폐로 침투하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